나는 모범생이었다. 그래서 후회한다.
회사 사람들이나 이전에 친했던 친구들하고 있을 때에도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잘 이야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건 할 수 있어도, 어느 정도 선 이상의 관계를 만들어가는건 내게 쉽지 않다.
나는 잡담을 잘 못한다.
나는 모범생이었다.
어릴 때도 잡담을 못했다. 아니, 안하려 했다.
나는 모범생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 말 잘 듣는 아이가 되고 싶었다.
혼나더라도 다른 애들이나 선생님이 나를 어떻게 볼지 두려워서 혼나기 싫었다.
왜인지 모르게 어릴 때부터 이런 심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초등학교 때 수련회에서 밤에 떠들면, 떠들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그래도 계속 떠드니까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서 울어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새 나는 모범생이 되어 있었다.
선생님이 있을 때나 조용히 해야할 때는 항상 조용히 하는. 잡담이라고는 하지 않는 모범생 말이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었다.
여전히 나는 잡담하는 법을 잘 몰랐다.
운이 좋게도, 먼저 다가와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말은 계속 할 수 있었다.
이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말조차 제대로 못 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미래가 불안해졌다. 이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 했다.
나 하나 챙기기도 바빴다.
남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남에게 질문도 잘 안하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이건 아니라고 느꼈던 것 같다.
주변 사람에게 간단한 질문이라도 하려고 했다.
그나마 내가 잘하는 건, 인사와 웃는 것이었기에 이걸로 작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다 회사원이 되었다.
여전히 잡담은 잘 못한다.
하지만 괜찮다. 어느 정도의 거리감은 느껴지더라도 나는 충분히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상대방에게 관심만 제대로 가진다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자신감은 있다.
후회한다고 제목에 적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쉬운 감정은 있지만, 한편으론 이 덕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나는 이런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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