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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독후감, 느낀 점

by Who is Hu 2023.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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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정신없던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평화로운 시골의 분위기를 별 일 없다는 듯 담담하게 드러내면서도 인물들이 분위기에 잘 녹아들어있다. 이는 보는 사람에게 마음의 안정감과 평화로움, 따스함을 안겨준다.

 

이 책 또한 비슷한 분위기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조용하지만 따뜻한 기운 몇 스푼이 들어간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는 점이다. 내가 써 놓고도 어렵다.

 

리틀 포레스트가 주로 낮의 포근한 느낌을 준다면, 이 책은 조금은 차가운 밤공기가 맨살에 닿는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싫은 느낌은 아니다. 차가운 밤공기 뒤에 따스한 손길이 내 살을 감싸는 느낌이랄까.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오묘한 느낌과 그 속에 수많은 감정이 섞여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 모든 것들을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무덤덤하게 풀어내고 있다.

 

본론

이 책의 주 배경은 강원도의 한적한 시골 혜천읍의 한겨울이다. 도시의 미술입시학원에서 강사로 미술을 가르치던 H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이런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고향인 혜천군으로 돌아와 집이자 펜션인 ‘호두하우스’를 찾아간다. 스케이트장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던 굿나잇책방의 주인장 E는 집으로 가는 H를 보고 휘청거린다. 호두하우스와 H 그리고 E를 중심으로 마치 고요한 물가에 물방울 한 방울이 떨어지듯, H가 혜천읍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찝찝한 파형을 남기기 시작한다.

 

느낀 점

책의 형식이 특이하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굿나잇책방 주인장 E는 책방 블로그에 비밀글로 항상 일기를 쓴다. 그리고 우리는 운이 좋게도 그 비밀글을 읽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E의 사생활을 캐고 있다는 죄책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이미 E의 사생활 뿐만 아니라 H와 다른 인물들의 사생활도 보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고요하지만 따뜻한 사랑’

책을 읽다 보면 알 것이다. 정말 딱 맞는 단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책의 전체 분위기를 스포일러한 기분이다. 이 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딱 저 표현일 것이다.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매번 놀란다. 어쩜 그렇게 아름답고 다채로운 말들로 배경이나 인물을, 감정을 묘사할 수 있는지. 읽을 때마다 그 장면을 저절로 상상하도록 만드는 능력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때로는 이 인물의 상황에 나를 대입하고, 생각에 공감하고, 때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며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존중할 수 있는 것 같다. 누가 보면 자랑이라 하겠지만, 내 생각에 나는 그렇다.

 

책을 읽다보니 정말 훅훅 지나갔다.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정말로 그 장면에 빠져들어가 있었다. 식사시간에 천천히 음식을 씹으면서 읽다 보면 어느 새 30분이 지나가 있다. 퇴근 후 돌아오는 통근버스에서도 읽기 딱 좋다. 엄청 무겁지는 않으면서 가볍지도 않은, ‘적당함’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소설. 그렇다고 적당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소설로 이 책을 기억할 것 같다.

 


2년 전에 쓴 독후감이다. 첨삭해서 올려본다. 고칠 점이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때 당시엔 나름대로 글쓰기를 할 수 있다고 자만했던 것 같기도 하다.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해, 앞으로는 지금써럼 이전에 썼던 글을 첨삭하고 올리기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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