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고전소설 리뷰의 리뷰] 변신 독후감으로 보는 과거의 나

by Who is Hu 2022. 8. 24.
SMALL

책 '변신'을 읽고 작성했던 독후감을 다시 보고 느꼈던 점에 대한 글입니다.

책 '변신'의 요약, 느꼈던 점 등이 있습니다.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며 달라진 나를 보고, 이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현재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고자 쓰고 있습니다.


책 '변신' 리뷰(18.06.01, 당시 23살)의 리뷰

요즘 내 하루는 쳇바퀴처럼 비슷비슷하게 굴러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수업을 듣고, 남는 시간에 과제와 운동 그리고 공부. 매일매일 이런 일상의 반복이 익숙해지면서 점점 무기력해져간다. 왜 현재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자주 생각하기 시작하고, 무엇인지 모를 답답함이 나를 순식간에 덮쳐온다. 그럴 때마다 운동을 함으로써 그 답답함을 해소하고는 하는데 이마저도 잠시뿐이다. ‘변신’이라는 책은 이런 내 감정과 어느 정도는 맞는 부분이 있다. 공허함과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그에겐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 라는 한 출장 영업사원이 잠에서 깼다. 한때는 촉망받는 사원이었지만 요즘은 그냥 그렇다. 가족 모두가 경제적으로 자신에게만 의지하고 있다 보니 침대에서 벗어나 출근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몸이 이상하다. 덩치가 커졌는데 등이 둥글고 배는 납작하다. 다리가 얇고 긴 것이 꼭 벌레의 그것과 닮았다. 침대 위에서 자세를 바꾸기가 힘들다.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나 침대에서 벗어나 거울을 본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벌레의 형상이다. 시간이 지나고 참지 못한 그의 직장 상사가 찾아오고 가족들이 뒤따라온다.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에 대한 상사의 역정에 그레고르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제어하기 힘든 몸을 이끌고 문을 연다. 그의 목소리는 짐승의 목소리로만 들리고 상사와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벌레가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상황. 도망치는 상사, 그를 잡아야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그레고르의 추격전이 펼쳐지고, 결국 그레고르가 패배한다. 가족들은 기겁하며 그를 방으로 몰아넣고 회의 끝에 그를 방에 놔두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다. 여동생이 음식을 갖다주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지만 점점 그는 가족구성원에서 소외되어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또한 점점 인간으로서의 의식을 잃어간다. 그는 거의 방안에서만 살다시피 했는데, 방 밖으로 나가서 가족들이 그의 모습을 목격할 때마다 어머니는 기절하고 아버지는 그를 다시 방에 넣으려 무슨 짓이든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사과가 등에 박히기까지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남는 방에 세입자들을 들이며, 아버지가 은행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그레고르가 너무 배가 고파(여동생이 주는 음식들은 그레고르가 먹지 못했다. 너무 멀쩡한 음식들이었기 때문이다.) 방 밖으로 나오고, 세입자들이 이를 목격한다. 세입자들은 나가겠다고 용을 쓰고, 결국 그의 가족들은 그들을 내보낸다. 더 이상 참지 못한 가족들은 회의를 통해 결국 그를 버리기로 결정한다. 바로 그 다음 날 그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 이 책의 내용을 다 읽었을 때, 글에 나오는 주인공의 감정만 읽었을 뿐, 글 속에 숨겨져 있는 깊은 감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처음 벌레의 형상으로 깨어났을 때, 너무도 침착했던 주인공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주인공은 본인의 정체에 대한 의구심 없이 그저 출장 영업사원으로서 일을 위해서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벌레가 되고 나서도 일에 대한 생각에만, 생계를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그는 벌레가 됐고 다시는 인간으로서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했다.
 

여러모로 놀랐다. 그 시절, 나는 많이 방황했구나. 괜히 울컥한다. 공허한 마음,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챗바퀴만 굴리는 일상, 그 속에서 이를 잠시 잊을 수 있는 건 운동 뿐이었네. 당시엔 의미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이 역시 의미가 있었다 말해주고 싶다. 결국 현재의 나를 만든 건 이전의 나니까.

 

또 놀란 건 내 글솜씨였다. 생각보다 수준 높은 어휘들을 구사하며 요약을 잘 해내던 이전의 나를 보며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에 지금의 나는 저런 식으로 문장을 구사하면서 저런 어휘를 사용할까? 틀에 박힌, 실용적인 표현이 아닌 좀 더 구름에 붕 뜬 것 같은 그런 마법 같은 표현들을 해낼 수 있을까? 아마 나중에, 더 나중에는 이 글을 보고 열심히 했다고 칭찬하는 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런 내가 있으리라 믿는다.

 

여기서 따로 교훈을 얻은 것 같지는 않다. 엄청난 교훈이라기보단 내가 진짜 열심히 살았구나. 열심히 방황했구나. 대견하다.

 

, 한 가지. 이만큼 열정적으로 독후감을 쓸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다. 요즘은 저렇게 안썼고, 어떻게 쓰는지조차 까먹어버린 것 같다. 내 감정들로 충만한 독후감을 쓰고 싶다.

 

지금 작성하는 이 글은 감정이 있는 글이라고 개인적으로 느낀다.

 

책을 읽고, 단순히 내용 요약이나 얻을 점을 넘어서,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것.

 

이것 또한 독서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LIST

댓글